세종시에 올해 첫 폭염경보가 발령된 9일 종로구 청계천의 애완 고양이 거리에선 새와 토끼 등 반려동물들이 야외 케이지 안에 갇혀 햇빛을 받고 있었다. 좁은 공간에 빼곡하게 붙어있는 동물들은 폭염 속에서 지친 모습이었다.
폭염경보는 최고 체감온도 35도를 넘는 증상이 이틀 이상 지속되거나 더위로 큰 피해가 전망될 때 내려진다. 하지만 동물들을 위한 선풍기나 에어컨 동일한 냉방건물은 가동되고 있지 않았다. 한 상인은 "그래도 이 정도면 별로 안 더운 날"이라며 "매일 관리를 해주기 덕분에 별문제는 없다"고 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공지한 2024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의 말을 인용하면 응답자 4000명 중 74.4%가 '폭염과 한파에 별도의 냉난방 장치가 없는 장소에서 사육하는 행위'에 대해 "동물 학대"라고 응답했었다. 또 87.8%는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과 사육금지가 요구된다고 봤다.
청계천 애완 강아지 거리 외에도 전통시장에서 앵무새나 토끼, 햄스터 같은 반려동물을 열악한 환경에서 판매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앵무새를 키우는 박모씨(57)는 "지난주 고양 등촌시장에 갔는데, 10마리가 넘는 앵무새들이 작은 새장 안에 들어가 있었다"며 "물이나 사료 위생 상태도 너무 별로여서 생각이 좋지 않았다"고 했었다.
춥고 더운 야외가 아닌 실내여도 동물이 지내기 적합하지 않은 배경인 것은 마찬가지다. 이날 찾은 고양의 한 대형마트 고양이츄르 반려동물 구매 코너엔 '금화조 1쌍 7만원'이란 가격표가 붙어있었다. 새들은 비좁은 새장 안에 있었고, 빛과 소음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직원은 잘 안보이고 연락처와 같이 욕구시 연락하라는 종이만 붙어있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동물들은 혹서기나 혹한기에 더위와 추위로부터 피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케이지 안에 가둬놓는 건 목숨을 제품으로 취급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며 "동물을 따라서 영리 행위를 하는 사람일수록 동물을 더 잘 돌봐야 끝낸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마트는 청년들이 크게 오가고 시끄러운 공간이고, 동물들이 낯선 사람하고 계속 마주해야 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덧붙였다.